주말 삽질

그냥 맘에 안들었다. 아니, 그냥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라를 타면 힘이 부족해서 지치는게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지저분한 체인으로 힘 손실이 생겨서 힘든 것이어야 했기에, 체인을 닦아주기로 했다. 자전거 타는 사람으로서 주기적인 정비는 당연한 것이니까.

몇년 전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사서 딱 한번 사용했던 체인 커터를 꺼냈다. 기억도 희미하지만 2달러 정도 했고 무료배송이라 부담감 없이 샀을꺼다. 사실 처음엔 체인 분해 안하고 디스리셔 뿌려 표면을 닦아준 뒤 오일링 하려고 했는데, 잘 닦이지 않았다. 사실, 닦을때마다 믿을 수 없이 검은 기름때가 계속 나와서 이대로는 답이 없다 생각하고 분해 했다.

올해 초 로라에 쓰려고 사온 중고 자전거였다. 당연히 체인 링크가 끼워져 있을꺼라 생각했다. 링크를 찾았는데…없다. 내가 쓴다고 남도 쓰는건 아니다. 체인만 끼워져 있는게 당연한거다. 저렴한 입문용차에 괜히 단가는 올리고 내구성 까먹는 체인 링크를 끼우는 게 이상한 일이지.

예전에 체인 링크 살때 종류별로 몇게 사둔게 있으니 링크를 달자. 링크를 달아야 하니 체인을 자르자. 체인 링크가 있으니 문제가 없지. 링크도 여분이 있으니 곧 끝날 일이군. 계획은 늘 완벽하다. 처맞기 전까지는.

처음 사용할때 큰 문제가 없던 체인 커터는 늘 그렇듯 나를 배신한다. 체인과 체인을 연결해주는 체인 핀이 빠져야 한다. 왜냐면 그렇게 만들어진 체인이고 그럴때 쓰라고 나온 체인커터다. 뾰족한 커터 핀이 체인 핀에 압력을 가하면 쏙 밀려나와야 한다. 손잡이를 돌린다. 체인 핀은 그대로다. 그렇다면 내가 가한 힘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건가? 이렇게 손이 아프게 돌리고 있는데. 근데 왜 손이 아플 정도로 힘을 쓰고 있지? 그래야 하는건가?

체인 핀은 그자리를 지킨다. 커터 핀이 휘고 있다. 이러면 나가린데.

커터 핀을 펜치로 펴고 끌로 뭉뚝해진 부분을 갈아낸다. 쉽게 펴지고 금방 갈려 나간다. 오! 일이 수월하다. 근데 이게 정상인가?

체인을 끊어내려면 2개의 핀을 빼내야 한다. 커터 핀을 갈고 펴서 하나를 힘겹게 빼내었다. 나머지 하나를 마져 빼야지.

앞서 진행한 일들을 똑같이 해본다. 근데 안빠진다. 그냥 공구를 주문했다. 이번엔 좋은걸로.

공구는 좋은걸 써야 한다. 늘 그렇다. 되는 것과 잘 되는 것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됬던 일이 다음에도 잘 된다는 보장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재현성을 담보하는데 2천원과 2만원 사이의 괴리는 합리적인 가격 차이다.

잘 동작하고 있던 것을 뒤엎는건 용기가 필요하다. 시작하기 전에 필요성과 비용대 편익을 잘 따져보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급하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 일에 노력을 들이고 오히려 상태를 나쁘게 하는 것은 하지 않은 것만 못하니까. 그래도 그 와중에 즐거움을 찾았다면 그나마 작은 위안이다.

근데 과연 로라질이 힘든게 체인 때문이었을까? 더러운 체인을 보며 그래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체인이 문제인지 타는 사람이 문제인지는 내일 쯤 택배가 와보면 알 일이다. 물론 대부분은 후자가 원인이다.

근데 왜 체인 커터말고 링크도 샀을까? 내가 가진 잡동사니 중 필요한 부품은 쏙 빠져있다. 6~8단 링크와 10단 링크가 있는데 내가 타는 로라에는 9단 구동계가 꼽혀있다. 이게 무슨 법칙이 있었던 것 같다. 그말은…나만 그런게 아니니까…다들 이렇게 사는게 평범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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