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가까이 타던 올란도 처분을 앞두고 있다. 내년이나 내후년을 예상했었는데 갑작스레 처리할 일이 생겼다.
오래된 차는 손이 많이 간다. 물리적인 움직임은 필연적으로 마모를 동반한다. 자연에서 수천년을 지속하며 환경을 파괴한다는 플라스틱은 자동차 안으로 들어오면 생분해 소재가 된다. 엔진에서 발생하는 열과 진동,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받아내는 건 사람말고 기계도 힘든 일인가보다.
2018년에 폐차한 02년형 세단은 운용이 참 힘들었다. 플라스틱과 고무로 된 호스들은 삭거나 파손을 앞두고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갈색으로 변색된 냉각수는 엔진 어디선가 엔진오일과 섞이고 있음을 말해줬다. 겨울에 히터가 나오지 않았다. 냉각수 온도에 따라 라디에이터로 가는 흐름을 제어해야 할 써모스텟은 고착되서 한겨울에도 엔진을 시원하게 식혀줬다. 엔진은 추운지 연신 연신 기침을 했다. 클랙션도 고장나서 해괴한 소리가 났다. 저음을 내지 못하고 모기마냥 높은 소리가 났다. 에쿠스 혼으로 바꿔서 기분을 냈다. 진공펌프에 구멍이 나 쉭쉭 소리가 나고 브레이크가 잘 안잡혔고, 연료 펌프가 고장 나 간선도로에서 시동이 꺼지기도 했다.
기술은 발전하고 현재 주도적인 기술도 과거의 영광으로 빛이 바랜다. 성숙된 기술은 새로운 기술의 초반보다 뛰어나지만, 새로운 기술이 성숙됨에 따라 그 자리를 넘겨준다. 증기기관은 내연기관에게 자리를 넘겨주었고, 쿼츠 시계는 기계식 시계를 대체했다. 초고가 시계들은 고집스레 Automatic이라 부르며 기계식 구조를 고수하고 있긴 하다. 오차를 줄이겠다며 투르비옹을 넣고 복잡한 구조를 통해 여러가지 기능들을 추가한다. 사치품의 지위를 얻어 명맥을 이어가지만 시계라는 본연의 가치로 본다면 5천원자리 싸구려 쿼츠에 비교할 수 없다. 크고 무겁고 연약하고 비싸다.
무슨 장광설을 늘어놓나 싶은데, 아직 미련도 남고 시기가 무르익지 않아서 선택을 앞두고 고민이 길어지기에 그렇다. 내연기관은 이미 기술의 한계치를 다 뽑아먹었다. 속도와 연비를 올릴 수 있지만 비용과 복잡도가 크게 증가한다. 내연기관을 대체할 전기차는 한창 발전하고 있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비슷한 가격대에서는 전기차의 가속 성능을 따라올 내연기관 차량은 없다. 19년에 인수한 모델3는 최첨단이었지만, 지금은 이보다 더 빠른 충전 속도를 가진 모델들이 속속 시장에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내연기관보다 불편한 점도 많다. 급속 충전도 주유와 비교하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접근 편이성도 낮다.
올란도를 떠나보내면 당분간 조금 불편해 질 것이다. 차가 필요하긴 해서 구해보려 하는데 내연기관 차량은 앞서 말한 것 처럼 시간에 따른 열화와 엔진오일이나 오염저감장치등의 관리가 귀찮아 꺼려진다. 전기차는 원하는 모델이 아직 생산 전이고 충전 인프라의 성숙도가 낮다.
신기술이 과거 기술을 대체하는데는 시간이 소요된다. 그 간극에서 고민하고 있다. 여유가 있다면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겠지만 한정된 자원 안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 필요하다.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만 시간도 자원이다.
일해라 엘런 머스크. 비트코인, 도지 타령 그만하고. 난 화성 갈끄니까….화성 가도록 싸이버 트럭 사주마…얼른 만들라고. Take my money!!!
